요즘 우리는 프로젝트의 종료와 함께 많은 일들을 정리하고 있어요. 몇 개월 동안 우리의 편지를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만들었던 계정들을 정리하고, 다시 각자의 위치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달라진 게 뭐냐고 묻는다면 글쎄요. 우리가 달라진 게 있기는 할까요?
우리는 그저 똑같이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여전히 게으른 사람들인지라 마감일이 임박해서 글을 쓰고, 편집하고 있습니다. 사실 하이틴 영화의 주인공처럼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다고 하는 게 맞겠네요. 그런데도 어느 새벽 제피와 샤인은 일에 허덕이며 작은 대화를 이어 나갔어요.
‘그래도 즐거웠고 평생 이런 일들을 꾸미며 살고 싶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저희 손에 쥐어진 돈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수지타산에 맞지 않는 계산인지라 1년간 우리의 시급을 따진다면…. 100원남짓하겠네요.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시급 100원 남짓의 일을 이토록 또 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투박한 어른이 되고 있어요. 반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숫자보다 더 중요한 일을 중심에 두고 살고 싶어요. 쓰고, 읽고, 보고, 듣는 이 아름다운 행위를 지속하고 싶어요. 일상에 치여 겉모습은 비록 찌들어 있을지라도 마음속 아이스크림을 베어 물던 소녀를 간직하며 성장하고 싶습니다. 그 과정에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일은 늘 우리를 성장하게 합니다.
여행하며 느낀 건 이 삶을 풍족하게 하는 건 대단한 반전 서사가 아니라더라고요. 공존하고, 연대하며, 친절하게 서로를 대하는 것. 사랑을 하고, 표현하며, 쓸모없는 감정일지라도 함께 느끼며 살아가는 게 그게 우리를 성장시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게 어른이 되는 가장 큰 단서라고 느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1년간의 시간 속에서 아주 조금 자라났나 봅니다. 새해를 열며 뜨겁기보다는 미지근한 온도로 우리가 지속 가능할 수 있는 삶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으니 말이에요.
여러분의 응원은 가장 큰 버팀목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의 단어가 편지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줘서요.
여러분 덕에 우리는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알 수 있던 시간이었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기나긴 시간 우리라는 존재를 견뎌준 여러분 모두에게
마지막으로 시를 남기며 마무리합니다.
사랑을 담아,
제피와 샤인.
대추 한 알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별 두어 달
저 안에 초등달 몇 날
_장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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